원행화 2012. 11. 8. 20:08

자비와연꽃향기 




        # 고난을 구제하는 자비원력 신라 경덕왕 때(742-764), 한기리에 희명(希明)이란 여자 아이가 살고 있었다. 그 아이는 태어난 지 5년 만에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를 입었다. 어느 날 그의 어머니는 아이를 안고 분황사 왼편 법당의 북쪽 벽에 그려진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상 앞에 가서 노래를 지어서 아이에게 기도하게 하였다. 그랬더니 마침내 아이가 시력을 회복하여 보게 되었다. 그 노래는 다음과 같았다.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천수천안관음보살님께 기원합니다. 천손과 천 눈을 가지셨으니 하나를 내어 하나를 덜어 둘 다 없는 나에게 하나만이라도 주소서 아아! 나에게 주시면 그 자비 얼마나 크겠습니까?” 이 글은 『삼국유사』제3권,‘분황사 천수대비, 맹아가 눈을 얻다.’ 의 항목에 수록되었다. 『삼국유사』의 저자인 일연스님은 “죽마타고 풀피리 불며 마을길에서 뛰놀더니 하루아침에 두 눈 잃어버렸네. 관세음보살님께서 자비로움으로 눈을 주시지 않았다면 버들 꽃도 못 본채 헛되이 보낸 세월이 얼마였을까?” 이렇게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기리는 시를 지어서 기록과 함께 전하고 있다. 시에서 말한 것처럼, 죽마도 타고 풀피리도 불며 자유롭게 뛰어놀던 아이가 하루아침에 두 눈을 잃은 채로 일생을 보냈다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생각하면 저절로 말문이 막힌다. 아이가 잃었던 눈을 다시 얻은 것은 세상을 새로 얻은 것이다. 무엇이 이 땅에 태어난 어린이에게 세상을 새로 얻게 했을까? 자비행이다. 천수천안 관세음보살의 자비행이 세상을 새로 얻게 했다. 그래서 자비행의 이야기는 언제나 깊은 감동으로 사람의 헛된 생각들을 멈추게 한다. 사회의 혼란상이 적지 않았던 신라 말기에 전하는 이야기를 하나 더 옮겨 본다. 당시에 중생사(衆生寺)는 관음신앙의 기도도량으로 유명했다. 최은함(崔殷言咸)이란 이름을 가진 남자 분은 나이가 많도록 아들이 없어서 중생사 관세음보살님 앞에 가서 기도하여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석 달이 채 못 되어 후백제의 견훤이 신라의 도성인 지금의 경주까지 쳐들어와 성 안이 몹시 어지러웠다. 최은함은 아이를 안고 중생사 관세음보살님께 와서 기도했다. “이웃나라 군사들이 갑자기 쳐들어와 일이 급합니다. 이 어린 자식으로 인하여 어려움이 겹치면 아비와 아들이 모두 화를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진실로 관세음보살님께서 이 아이를 주셨다면, 원하옵니다. 큰 자비의 힘을 내려 보살펴 주시어 우리 부자가 다시 만나게 해 주십시오!” 최은함은 슬피 흐느끼며 세 번 울고 세 번 아뢴 다음에 아이를 포대기로 싸서 관세음보살상의 좌대 밑에 감춘 후에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떠났다. 반달이 지나 적병이 물러가자 돌아와서 아이를 찾았다. 아이를 보는 순간, 아이의 살결은 마치 새로 목욕한 것 같았고 모습은 더욱 예뻐졌으며, 입에서는 금방 젖 먹은 아이처럼 젖 냄새가 났다.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 기르는데 자라면서 총명함과 지혜로움이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이 사람이 바로 승로(丞魯)인데 벼슬이 정광(正匡)에 이르렀다. 승로는 최숙(崔肅)을 낳았으며 최숙은 제안(齊顔)을 낳았다. 이로부터 자손이 계속되어 끊어지지 않았다. 이 글도 『삼국유사』제3권, ‘삼소관음 중생사(三所觀音 衆生寺)’ 란 작은 제목에 실려 있다. 분황사의 희명과 중생사의 승로는 모두 어린 아이였다. 희명은 다섯 살 여자 아이였고, 승로는 생후 석 달도 안 되는 남자 아이였다. 이런 아이들이 실명을 하고 전쟁을 만났다. 이런 재난이 어디서 왔을까? 깊이 추심해 보면 모두가 사회의 탐욕과 분노에서 발생한 결과물이다. 탐욕과 분노는 자비와 원력이 가려진 어두움이다. 이런 어두움에서 재난은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사회의 재난을 회복하고 평정하는 것도 자비와 원력의 광명을 비춤으로 이룰 수 있다. 자비원력을 실행하는 분이 관세음보살이다. 관세음보살은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왜냐하면 관세음보살은 자비원력이기 때문이다. 자비가 있는 곳에 문제는 없다. 밝음이 있는 곳에 어두움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오늘의 사회를 돌아보면 자비원력이 가려진 어두움이 만들어 놓은 문제가 곳곳에 널려 있다. 사회문제를 열거하는 것도 쉽지 않은 지경에 와있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해결책은 먼데 있지 않다. 문제를 알면 해답은 저절로 나온다. 모든 사회문제가 자비원력이 가려진 탐욕과 분노의 어두움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자비원력의 광명을 비추는 일이 온갖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그런 까닭에 어두움은 두려워할 것이 아니다. 자비원력의 광명을 비추는 일이 중요하다. 자비원력을 실현하는 데는 간절한 염원과 진정성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분황사 명희 어머니와 중생사 승로 아버지의 염원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명희 어머니가 지어서 기도하게 한 기원의 노래를 다시 음미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친다.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천수천안관음보살님께 기원합니다. 천손과 천 눈을 가지셨으니 하나를 내어 하나를 덜어 둘 다 없는 나에게 하나만이라도 주소서. 아아! 나에게 주시면 그 자비 얼마나 크겠습니까? - 중앙승가대학 총장 종범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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